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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이 시골에 살 때 이야기 입니다.
동생 친구네 집에서 기르던 개가 새끼를 낳았다고 해서 동생이 구경을 갔었던 모양입니다.
오후 늦게 집에 온 동생은 왠 흙탕물을 흠뻑 뒤집어 쓴 새끼 강아지를 데리고 왔습니다..
태어난지 한 두달 정도 돼 보이는 털이 시커먼 녀석이었습니다.
왜 이리 개가 더럽냐고 물었더니 오다가 논두렁에 빠졌다더군요.
강아지라면 사족을 못쓰는 저와 동생이었지만 어쩐일인지 이 녀석은 안고 오질 않고 걸어서 따라오라고 했다네요.
강아지는 얘를 놓치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동생을 따라 왔고, 오다가 떼굴 굴러서 논에 빠졌으며 건져 놨더니 또 죽어라고 뛰어 쫓아왔다 합니다..
ㅎㅎㅎ...그 장면을 상상해 보면 강아지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엄청 웃긴 장면이었겠다 생각해 봅니다.
이게 벌써 14년 전 이야기네요..ㅎㅎㅎ우리 대산이...
처음 시작도 동생 뒷모습이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유독 동생을 따르는 대산이랍니다.
집 뒤에 더덕밭을 자유 자재로 넘어 다니고, 엉망으로 자란 덤불속에 저희들만 다니는 굴을 파놓고,
강에 다슬기를 잡으러 가면 쫓아 와서는 위험하니 어서 나오라고 짖고 끙끙거리고 했었는데....
2년만에 그런 대 자연 생활을 접고 서울로 올라와 갑갑한 집에 살면서 삶의 의욕도 잃은 듯 매일 잠만 자고 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제가 자취를 하느라 집을 나가고 한 8년 전부터는 나이도 들고 몸에 기력도 하나도 없고 밥도 잘 안먹어서.. 저러다 금방 죽어버리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다시 같이 살게 되면서부터 늘어난 식구 공주, 금순, 짱구도 함께 지내게 돼서 대산이 입장에서는 뭔가 삶의 터닝 포인트(??)같은 것을 맞이 했죠.
짱구는 워낙 어리버리해서 대산이가 무시하고 넘어가고.. 공주도 뭐 권력욕이 별로 없어서 괜찮았는데..문제는 금순이었습니다. 집의 대장은 언제나 대산이었는데 금순이가 치고 올라오려 하니 나이 먹고 기운도 없는데 억지로 버티려고 맨날 금순이에게 시비를 걸었더랬죠.
어느 날은 외출했다가 집에 와보니 금순이랑 싸웠는지 이마에 이빨 자국도 있고 만지면 아파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러거나 말거나 대산이는 꾸준히도 금순이에게 자신의 위치가 위임을 알려주려 수시로 싸움을 걸고.. 사람들은 말리고... 한 1년은 이랬던것 같네요..
<서로 다른곳을 바라보고 있는 대산이와 금순이, 사진만 보더라도 둘의 관계를 알수 있는...ㅎㅎ;>
그래도 어느 정도 대산이가 마음을 잡아서 더이상은 금순이에게 덤비는 일은 없었지만, 대신 공주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공주가 워낙 쿨한 성격이라 대산이가 뭐라 해도 마냥 밝아서 다행이었죠.ㅎㅎㅎ
뭐 이런 식으로 대산이는 나름 2위 자리에 만족했답니다..^^;
다른 개들이랑 같이 살면서 식욕도 늘어 꼭 금순이 만큼은 밥을 먹으려고 해서 살도 많이 붙었고, 활동성도 좋아졌고.. 이래 저래 대산이에게는 좋은 일이었던것 같아요.
하지만 얼마 있다가 동생이 사정이 생겨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동생은 대산이를 데려 가면 또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질텐데 다시 잠만 자던 시절로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일단은 그냥 두고 가기로 했습니다.
동생이 이사를 가고... 대산이는 주인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좀 우울해 하고 밥도 잘 안먹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두 달만에 동생이 데려갔죠. 그런데 가끔 잘 지내냐 연락을 하면 이녀석이 밥을 안 먹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고기나 참치같이 맛있는것만 먹으려고 하고 사료는 입에도 안댄다고 하고.. 예전처럼 집에서 잠만 잔다고 하기에 또 어찌 해야 하나 고민이었습니다.
개들 많은데 있으면 괜찮아 질까 싶어 또 한 달만에 다시 돌아오게 됐는데... 자꾸 집이 바뀌고 동생도 없고...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닐 것 같았습니다.
제가 아무리 이뻐 해주고 챙겨주고 안아줘도 시큰둥...하고..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 주인이라 생각하는 사람과 있는 것이 제일 좋지 않을까...
동생과 저는 많은 상담끝에 결국 '대산이는 동생과 함께 산다!!'하는 결정을 내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더 동생네 집으로 가게 됐습니다.
며칠 후...동생과의 전화통화..
"대산이는 잘 있어?? 밥은 잘 먹고??"
"언니...대산이.. 밥 완전 잘먹어!!"
뜻밖에도 이 녀석이 적응을 잘하고 잘 지내며 밥도 잘 먹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 얼마나 다행인가~!! 참 기뻤습니다.
그런데 동생의 부연설명이 있었습니다.
"요것이 머리를 굴린거지..처음에 이리로 데려 왔을 때 다른 개들 없고 자기만 있으니깐... 인제 사랑과 관심은 다 내 차지다 생각해서 자기 멋대로 했던거라.. 그랬다가 다시 언니네 보내 버리니깐 자기도 이건 아니다 생각에 다시 이리 와서는 밥 잘먹고 잘 지내는 거라니깐..ㅋㅋ"
밥 잘 먹고 많이 움직이고 하는 모습에 대산이가 좋아진거라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혼자 지내는걸 더 좋아라 한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주, 금순이, 짱구 있는 이 집으로는 다시는 오고 싶지가 않아서 밥 잘먹는 거니???대산아???
왠지...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쁜 뇬...ㅡ.,ㅡ^
내가 널 얼마나 애지중지 했는데...크흑!!!!
개가 늙으니 사람이 되었다는...그런...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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